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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존댓말도 피곤하다? 직장 내 수평적 언어문화의 명암

saram2533 2025. 7. 11. 21:40

직장 내 언어문화는 지금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거 직장에서는 존댓말이 당연한 예의로 여겨졌고, 상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그러나 MZ세대가 직장 문화의 중심에 서면서, 언어 문화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많은 MZ세대 직장인들은 존댓말을 의례적인 격식으로만 여기며, 이를 불필요한 소통 장벽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로 ‘존댓말 피로증’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존댓말 자체를 피로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MZ세대는 수평적 관계를 선호하며, 불필요한 경어 사용을 줄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는 명암이 공존한다. 수평적 언어 문화가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고 친밀감을 높인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계가 무너지고,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부작용도 뒤따른다. 존댓말조차 피곤하게 느껴지는 지금, 직장 내 언어 문화 변화의 흐름을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MZ세대 직장 내 수평적 언어문화의 명암

MZ세대가 존댓말을 피로하게 느끼는 심리적 이유

MZ세대가 직장에서 존댓말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첫째, 이들은 수직적인 권위 관계를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존댓말이 반드시 윗사람에게 복종하는 신호처럼 작용하는 직장 문화에서, MZ세대는 불편함을 느낀다. 단순한 예의 차원을 넘어, 존댓말이 상하 관계를 고착화하는 도구로 변질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불필요한 형식적 언어 사용이 효율성을 해친다고 인식한다. MZ세대는 빠르고 간결한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존댓말은 본질적인 논의보다 외형적인 예절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를 피로하게 여긴다. 셋째, 감정의 진정성을 중시하는 가치관 때문이다. MZ세대는 진심 어린 소통을 선호하며, 겉으로만 포장된 존댓말을 ‘가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감정이 진심인지 아닌지에 민감한 이들은, 형식적 존댓말보다 편한 말투에서 더 큰 신뢰를 느낀다.

결국 MZ세대에게 존댓말은 단순한 언어 습관이 아니라, 관계의 본질을 가리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수평적 언어 문화 확산의 긍정적 영향

수평적 언어 문화의 확산은 직장 내 여러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심리적 거리의 감소다. 직급이나 나이 차이를 막론하고 모두가 편한 말투로 소통할 때, 구성원 간의 벽이 낮아지고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는 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경직된 호칭과 존댓말이 사라진 회의에서는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더 쉽게 오갈 수 있으며, 의견 개진의 문턱도 낮아진다. 또한, 상사 역시 부하 직원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주고받게 되면서 권위적인 조직 문화가 자연스럽게 약화된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이 ‘님’ 호칭이나 영어 이름 사용을 도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처럼 수평적 언어 문화는 존중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편한 말투지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이는 직장 내 소통의 질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무너진 경계가 부른 부작용, 언어 문화의 어두운 그림자

하지만 수평적 언어 문화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무분별한 반말 사용이나 경계 없는 말투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특히 직장 내에서는 분명한 역할과 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말투의 경계가 지나치게 흐려지면 업무적 긴장감이 사라지고, 책임 의식도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언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오히려 서로의 본심을 파악하기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는 편한 말투를 쓰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쌓이는 상황에서, 어느 순간 감정이 폭발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나이 차이나 직급 차이가 분명한 조직일수록 이런 문제는 더 두드러진다. 존댓말이 지닌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사라지면, 사적인 감정이 쉽게 표출되고, 인격 모독이나 무례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존댓말을 없애는 것만으로 건강한 소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존중이 사라진 언어 문화는 직장 내 불신과 피로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언어 문화의 진정한 변화, 존댓말과 수평 문화의 균형 찾기

MZ세대의 등장으로 직장 내 언어 문화가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흐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존댓말을 단순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언어 속에 담긴 ‘진정한 존중’을 재정의하는 일이다. 직장에서 말투는 단순한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고 조직 내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MZ세대가 추구하는 수평적 언어 문화도 기본적인 예의와 책임감을 전제로 해야 한다. 존댓말이 반드시 권위의 상징이 되는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선택적 언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관계의 본질을 존중하는 태도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불필요한 격식은 줄이고, 솔직한 소통을 지향하는 균형 잡힌 언어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직장 내 소통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앞으로의 언어 문화는 ‘편한 말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소통의 질을 높이고 신뢰를 쌓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해야 한다. 진정한 언어 혁신은 말투의 변화를 넘어, 관계의 본질을 존중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